사랑의 성소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냐? ...그 사람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 루가 10,36~37 -


우리의 성소는 사랑입니다. 우리의 길은 사마리아 사람의 길이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은총 안에서 받은 자비의 길이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성소는 사랑입니다.

예수께서 ‘가서 너도 그와 같이 하라’는 말씀에 순종하여 우리도 사마리아 사람을 본받아 가야 합니다. 영원히 사랑할 우리의 사명이여!


임께서 설 자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심장입니다. 임의 사랑은 모든 것의 모든 것이 되어 주실 자애로운 어머니의 사랑이어야 합니다. 임의 정의가 있다면 인류의 죄를 대신하여 흘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피입니다.

 

임의 가슴은 둘째 아들을 안아주는 아버지의 자비로운 가슴이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임에게 하신 말씀은 곧 사마리아 사람을 본받아 땅위에서 상처받은 양들을 따뜻이 안아주는 어머니가 되라는 것입니다. 임의 은 예수께서 피로 사신 양들을 먹이고, 감싸주고, 안아주고, 따뜻이 보호하여 주라고 택한 종의 일입니다. 임께서 모든 일을 마치고 나면 ‘마땅히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루가 17:10 참조)라고 말해야 합니다.

 

임의 성품은 양이요, 염소가 아닙니다. 염소가 된 것처럼 뿔로 찔러서는 안됩니다. 그러기에 임께서는 자비로운 의사가 되어 병든 양에게 성령의 기름을 바르고 말씀의 약을 발라 주어야 하는 것이지 피가 흐르는 양에게 시시비비(是是非非)를 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요한 3:17 참조).

임이여! 임의 가슴은 바다와 같아야 하고 예수님의 모든 양들을 따뜻이 안아 주어야 하고 모든 양들이 쉬어갈 수 있는 기름진 풀밭이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사랑하신 것처럼 임의 사랑은 모든 벽을 넘어 불편부당(不偏不黨)해야 합니다.

 

임의 말씀은 흑백논리의 단죄가 있어서는 안 되고 모든 사람을 구원하시는 예수님의 자비의 복음이어야 합니다. 임은 다투는 수탉이 아니라 병아리를 품어주는 암탉이 되어야 합니다. 임의 사랑의 날개 밑에는 성인, 성녀들도 쉬어가야 하지만 땅위에서 미끄러져 상처받은 양들이 쉬어가야 합니다.

그러기에 임의 빛은 온 우주를 비추고 인류의 가슴에 희망을 비춰주는 달이 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본래 빛이 없지만 햇빛을 반사하는 것처럼 우리의 빛은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의 반사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빛은 자비하신 하느님 아버지의 빛이요, 그리스도의 평화의 빛이요, 성령의 감화 감동하는 빛이기 때문입니다.

오! 임이여, 그러기에 임의 성소는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창조해주신 온유하고 겸손한 어머니의 가슴이 될 수 있고 심장이 될 수 있는 사랑입니다(마태 11:28-29 참조). 그러기에 임은 삯을 다투는 품꾼처럼 다투는 일이 없어야 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멍에를 메고 천사의 직무 같은 일을 하며, 모든 사람에게 평화와 사랑을 심어주어야 하며, 이 일을 행할 때는 오른손의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사랑의 성소를 받고 주님께 바쳐진 산 제물이 된 이는 인류에게 봉사하는 사마리아 사람이어야 하고, 무아의 사랑을 주는 사랑의 천사여야 합니다(로마 12:1-2, 에페 5:1-2 참조). 그리고 한 옥합의 향유가 되어 자기를 모두 깨뜨려 순수한 사랑의 화신이 되어 향기를 풍겨야 합니다(마르14:3-9참조). 그리고 임의 품에 안긴 종들은 서 있는 자리가 각각 다르고 하는 일이 각각 다를지라도 예수님의 은총 안에서 사랑으로 하나되기를 빌고 합심하여 땀과 눈물과 피를 흘리며 사랑의 봉사를 완성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소망이요, 하느님께서 주신 우리의 사명인 것입니다.

그와 같은 일을 능치 못하실 일이 없으신 하느님께서 친히 하실 것을 믿는 것입니다. 성모님께서 천사의 말씀을 듣고 ‘주님의 계집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하고 순종하신 덕을 본받아 우리도 ‘주의 미천한 종이오니 말씀대로 이루어지이다’하고 순종해야 합니다.

 

임의 가슴은 희생과 평화, 자비와 화목, 사랑의 광장이요, 어머니의 넓은 가슴이어야 합니다. 은총을 가득히 입은 어머니의 심장이여! 능치 못하심이 없으신 하느님께서 명령하시면 임은 능히 사마리아 사람이 되어 성인을 낳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임은 사도가 아니어도 천사를 모실 수 있습니다. 임은 사랑의 어머니가 되라고 예수께서 택하신 종입니다(1베드 1:2, 골로 3:12-17 참조).


 

- 1980년대 중반에 쓰신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