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이곳은 지지리의 깊은 산골입니다.

지금은 한여름이 기울었습니다. 집 모퉁이를 흐르는 물은 말을 합니다.

터질 듯 푸르른 7월의 나무 숲 속에서는

새들과 매미들이 노래합니다.

너무나도 화려하게 차려입은 이름 모를 나비가 날아왔다 갔습니다.

욕심이 동하여 하마터면 잡을 뻔하였습니다.

주님, 용서하시옵소서.

시냇가에 자생한 목련 한그루 5~6월이 다 가도록 날마다 피어난 목련꽃은 홀로 보기에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은은한 향기를 풍기면서 백옥같이 흰 꽃잎 속에서 보름달의 후광이듯 내다보는 꽃술들!

그러나 먼데서 보면 넓은 잎새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것이 어쩌면 그 옛날의 은수녀의 자태인 듯 신비한 영감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창립자 김준호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