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기 추모시]

 

세월의 강                                       

                                    조대현 (그레고리오)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뽀얀 물안개처럼 싱싱한 그리움으로

되살아나는 사람도 있다.

석양에 산 그림자 뚝뚝 떨어져 내리면

바람에 부서지는 탄식보다

술렁이는 9월의 강은 한줄기 붉은 눈물이 된다.

 

산처럼 침묵하다 하늘 우러르며

꿈결처럼 흘러버린 다섯 해 잔상 끝

서리서리 굵게 피어난 핏빛 그리움

월산 묘역에 떨어진 눈물

방울방울 맺힌 그늘아래

세찬 바람도 자고 가고 구름도 쉬어가건만

속절없는 세월의 강은 이리 무상하단 말인가.

 

홀로 울고 싶고 기대고 싶어도

차디찬 묘비에선 심장소리 들리지 않아

켜켜이 찌든 그리움 그만 가슴에 묻으라며

오늘을 택하여 그리 먼 길 떠난 길섶에

들꽃 한줌 하얀 구절초 향기 쓸쓸하여

외로운 바람으로 산야에 가득하네.

 

임이시여! 그리운 임이시여!

이제 그토록 생전에 안았던 소망의 멍에도

이별 너머에 앓던 한숨도 내려 놓으소서.

 

세월의 강변에 소화수녀원 건립 시삽의 모래알

성령의 빛으로 한 알 한 알 쌓일적마다

간구의 은총으로 사랑의 얼로 머무르시며

주님 품안에 안식하소서. 아멘

 

 

2021921일                              조비오 몬시뇰님  5주기